누군가가 근래에 다녀왔던 곳 중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였는지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{ cafe TRVR } 이라고 얘기할 것이다.
차가운 비바람이 불던 11월. 한남동에서 지도를 켰더니 10분 거리길래.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 걷기 시작한 게 like 등산이 될 줄은 몰랐다. 커다란 검은색 장우산을 펼치고 비바람을 가르며 가파른 언덕길까지 오르느라 많이 힘들었지만,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! 힘들었던 생각은 금세 잊히고 앉아있는 내내 '좋다. 여기 너무 좋다...' 만 연신 내뱉고 나온 곳. ( 저처럼 한남동에서 걸어가신다면 하얏트 쪽으로 가지 마세요... 제발 )
베이지 톤의 벽돌로 정갈하게 쌓아올린 건물의 전체적인 모습부터 인테리어와 조화로웠던 가구, 조명, 감각적인 소품들 하나까지. 구석구석 신경을 안 쓴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너무 마음에 쏙 드는 공간이었다.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인지 실내에 잔잔하게 울리던 게츠/질베르토 Getz/Gilberto 앨범까지도 너무 완벽하게 느껴졌다.
특히 손잡이가 없는 묵직한 도자기 잔에 서브 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라테를 마신 것처럼 고소한 맛과 향이 진했고, 무거웠던 잔 만큼이나 묵직한 맛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. 평소에 다크하고 고소한 커피를 즐겨마시는 편인데 내 취향에 너무 딱 맞는 커피 맛이었다. 그리고 함께 시켰던 쿠키 또한 커피 맛만큼이나 인상적이었는데, 언덕길을 오르느라 허기졌던 배를 충분히 채워 줄 만큼 넉넉한 사이즈에 초콜릿이 잔뜩 들어갔지만 달지 않고 적당히 씁쓸한 맛이 커피와 너무 잘 어울렸다. 방문하기 전에 TRVR CC. 홈페이지에 실린 { [WAY TO] THE COOKIE } 페이지를 미리 보고 간다면 쿠키 주문을 안 하고는 못 배길 것...🍪
브라운 색상의 가죽 소파와 감각적인 컬러로 매치한 카이저이델 6786. ( 너무 탐나던... ) / 크림컬러의 벽과 나난 작가의 롱롱타임플라워 프레임과 루이스폴센 판텔라. / 비에 젖은 검은색 장우산과 바닥 타일.
눈 내리는 겨울에 꼭 다시 찾고 싶은 카페이자 모든 계절을 다 보고 싶은 공간이다. 오래오래 있어주세요.